
일단은 아주 부드러운 유혹부터 시작해봤다
처음에는 저도 매너 있는 보호자였어요. 갑자기 깨우면 놀랄까 봐, 아주 조심스럽게 미미의 귀 옆에서 속삭였죠. '미미야... 산책 갈까?'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건 대답 대신 들려오는 규칙적인 코골이 소리뿐이었어요. -- 하는 그 소리가 어찌나 평화로운지, 솔직히 저도 같이 눈 감고 싶어지는 게 문제였죠. (아니, 그래도 정신 차려야지!)

하네스를 바닥에 툭 내려놓는 소리도 내보고, 미미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을 옆에서 살짝 굴려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미의 반응은? 여전히 '무념무상' 그 자체입니다. 마치 이 세상 모든 근심 걱정이 다 사라진 것 같은 저 표정... 부러우면 지는 건데 이미 졌습니다.
짤랑거리는 소리? 그건 그냥 자장가일 뿐
결국 저는 조금 더 강력한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소음 공작'이죠. 리드줄의 금속 고리가 짤랑거리는 소리를 아주 규칙적으로 내기 시작했어요. 거의 뭐 메트로놈 수준으로요. 하지만 미미에게 이 소리는 산책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은 잠으로 인도하는 자장가였나 봅니다. (진짜 어이없음)
오히려 소리가 들릴 때마다 미미의 발을 움찔거리더니, 다시 아주 깊은 수면의 늪으로 빠져드는 걸 목격했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수면 내시경 수준의 숙면 아닌가요? 저기요, 미미님? 혹시 지금 꿈속에서 산책로를 달리고 있는 건 아니죠?

상상해봤습니다. 미미의 꿈속은 아마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고요. 거대한 뼈다귀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끝도 없이 펼쳐진 잔디밭 위로 테니스 공이 비처럼 내리는 그런 환상적인 세계 말이에요. 그곳에서는 산책을 안 해도 될 테니까 저렇게 꿀잠을 자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산책 가기 싫은 강아지 vs 산책 가고 싶은 주인
솔직히 말해서, 이쯤 되면 제가 미미를 산책시키는 건지, 미미가 저를 산책시키려고 (잠을 자며) 버티는 건지 헷론할 지경입니다. 저는 이미 신발까지 다 신고 현관문 앞에 서 있는데, 미미는 거실 한복판에서 세상 제일 편한 자세로 누워 있거든요.

이건 거의 일종의 기싸움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제가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미미가 깨서 '어? 왜 나 빼고 가?'라고 할지, 아니면 끝까지 저를 이 침대(?)로 끌어들일지... 저는 후자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습니다.
결국 나는 그냥 옆에 누웠다 (패배 선언)
긴 싸움 끝에 내린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그래, 네가 이겼다.' 저도 그냥 미미 옆에 슬쩍 누워버렸습니다. 산책은 뭐... 해 뜨면 가든가, 아니면 내일 가든가 해야죠. (물론 내일도 이럴 확률 99%입니다)

지금은 미미와 함께 아주 평화로운(?) 정지 상태입니다. 산책하려던 계획은 물 건너갔지만, 덕분에 저도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쉬는 시간을 갖게 되었네요. 이게 바로 진정한 '멍 때리기'의 완성 아닐까요? 미미야, 그래도 내일은 꼭 일어나야 한다? 약속이다? (아마 안 지킬 것 같긴 하지만...)